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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8 행복이 되어준 고통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8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8일차행복이 되어준 고통116p~128p  단상 쓰기세월이 흘러 재회한 로테가 폰타네는 어떻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마르셀이 대답을 회피했다고 했을 때 정확히 무엇에 대한 물음이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로테가 다시 질문을 반복하여 멜루지네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마르셀의 대답을 읽고 나서야 로테의 질문은 멜루지네를 빗대어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문학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하지 않았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행간에, 그리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담겨 있을지 모른다고 마르셀이 말했다. 호감을 열정으로 바꾸고, 열정을 종속으로 끌고 가는 것이 사랑이며 고통을 안겨..

나의 인생 #7 가장 아름다운 도피처 연극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7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7일차가장 아름다운 도피처 연극94p~115p  단상 쓰기취향이 없어 고민인 내가 이번 장을 읽으며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여전히 선호하는 취향은 알길 없으나 확실히 덜 선호하는 분야는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는 이유는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런던에서 큰 맘먹고 거금을 주었던 we will rock you를 보다가도 잠들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화려한 무대 앞에서도 잘 수가 있냐는 20년 전 선배의 핀잔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땐 대답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무대와 사람들이 너무 화려해서 잠들었던 거 같다. 반면에 간혹 기회가 닿..

나의 인생 #6 한꺼번에 찾아온 사랑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6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6일차한꺼번에 찾아온 사랑 이야기74p~93p  단상 쓰기갑자기 유명한 문학 비평가의 자서전을 읽게 됐을 때 두서없이 떠오른 의문 하나가 있었다. 한 평생 영혼을 담아 문학책 읽기를 사랑한 사람이 어째서 직접 쓰는 즐거움인 작가로서의 길은 가지 않은 걸까. 정확히는 경지에 오른 비평가가 작가로서의 삶의 유혹을, 그 동경에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마르셀의 매형은 십 대의 이런 마르셀을 일찍부터 꿰뚫어 본듯하다. 허긴 10년 치의 금지된 문학 관련 주간지를 수집하고 소중히 감출 정도라면 문학을 ‘대단히’사랑한 사람이었고 그 역시 현실과 문학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하..

나의 인생 #5 실패로 끝난 인종학 수업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5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5일차문자에 대한 경외감62p~73p  단상 쓰기외면이라는 단어 앞에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상기했다. 피해자였던 적이 없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크건 작건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아니면 ‘외면’이라는 단어를 ‘외면’한 결과로 어쩌면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가 되어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적 잔인한 폭력에서 살아남은 자의 상처는 사과받고 위로받아야 마땅하지만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닌 사람들도 직접 폭력을 행사했던 사람들과 동일하게 외면을 방패로 무죄의 당위성을 추구하곤 한다. 그 결과 폭력은 죄의식을 축소하고 다시 기회를 찾아 폭력을 반복한다.  적대감..

나의 인생 #4 문자에 대한 경외감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4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4일차문자에 대한 경외감43p~61p  단상 쓰기 저자의 젊은 열정은 [돈 카를로스]의 진취적인 문장으로 기억된다면 나의 젊음이 애정을 준 문장은 “진실은 없다. 진실을 향한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이었다. 놀랍도록 어리석고 독단적이었던 스무 살 즈음의 나는 니체의 의도를 정반대로 오해하여 이후의 오랜 시간을 허무주의 안에서 허덕여왔다. 그럼에도 삶의 무의식은 무언가를 찾느라 내내 답답하였는데 최근 몇 년에 이르러서야 서적을 뒤적이며 나름대로 어렴풋이 ‘진실’일지 ‘신’일지 모를 궁금증에 대한 갈망을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지고 맘 편히 놓아버릴 수 있었다. 누군가가 믿는 진실이야..

나의 인생 #3 케스트너 씨. 영혼을 위로하는 작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3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3일차케스트너 씨. 영혼을 위로하는 작가33p~42p  단상 쓰기책의 초반이니 당연히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에리히 케스트너라는 작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위대한 비평가의 자서전 앞부분부터 한 꼭지를 따로 빼서 세세히 언급할 정도의 작가라니 대단한 의미가 있겠다 싶어 에리히 케스트너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취향이 없는 나에게 “취향 찾기’에 고민이 생긴 요즘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더구나 이 위대한 비평가가 스스로 밝힌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취향’에 대한 책이라니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에리히 케스트너 박사의 가정용 치유 시집]을 당장 찾..

나의 인생 #2 사랑에 끌리고 사랑에 빠지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일차사랑에 끌리고 사랑에 빠지다25p~32p    단상 쓰기유대인 어머니가 유대식 교육을 벗어나 독일식 교육을 결정한 후 집에서 자녀에게 실행한 일에 주목했다. 매일 30분씩 독일어 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 물론 그 당시 읽었던 책이 여행기라 평생 여행기를 멀리하는 부작용이 생겼지만 결국엔 문화계의 교황이라는 명성을 얻는 위대한 평론가가 되셨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요새 덥고 지친다는 핑계로 틈만 나면 웹툰을 보려 하는 딸아이에게 30분씩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히겠다고… 분명히 독일 책을 읽는 것이 항상 자발적 인건 아니었다고 필자도 밝혔듯이 어느 정도의 강요는 필요하다고 믿..

나의 인생 #1-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일차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11p~24p   단상 쓰기어떤 인물을 이야기할 때 그 인물의 부모님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물의 성장과정을 다루다 보면  필수과정인 것을 이제야 인지하는 중이다. 이 책에서도 태어난 곳 자라난 곳 키워주신 부모와 조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어머니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수백 년 유대인 가문의 어머니가 자녀의 유대식 교육을 반대하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다.  훗날 아웃사이더가 되어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것은 여러 나라에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이방인 문화권이라는 특성 때문일까. 아니면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성향 때문이었을까. 나 역시 살면..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19-에필로그

읽고 단상쓰기#19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19일차에필로그544p~563p     단상 쓰기민 원장은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했다고 한다. 죽어서도 나무의 거름이 되고 싶어 하신 민 원장이다. 나무를 사랑했고 나무로 푸른 꿈을 완성시키셨다. 그리고 거기에 나무와 함께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푸른 꿈을 꾸셨던 거 같다. 사람은 나무와 다르게 훨씬 더 복잡한 대상인데 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말년에 상심이 크셨던 게 아닐까. 대가족은 아버지의 역할로 지탱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지속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사실 어머니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본다. 유년 시절 은연중에 친가에선 내 몫의 의무를 배웠고 외가에선 정다움의 힘으로 나아 갈 힘을 배웠다. 이는 각각 아버지 어머니로 축약되어..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18-어머니와 고모, 그리고 여동생

읽고 단상쓰기#18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18일차어머니와 고모, 그리고 여동생521p~543p     단상 쓰기민 원장이 81세 때 돌아가셨대서 그 시절 나름 장수하셨구나 하고 다행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민 원장의 어머니와 동생들 모두 90세를 거뜬히 넘기며 장수하신 것에 놀랐다. 이건 확실히 유전적인 장수 집안이다. 반면에 민 원장은 81세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셈이라 의아했다. 한국의 산을 수시로 누비셨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셨는데 더 오래 사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뭘까. 말년에 사람에게 실망하고 외로워하셨다더니 그게 이유일까 싶어 10년이나 일찍 세상을 떠나신 것이 안타까웠다. 민 원장과 캐서린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카테고리 없음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