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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20일차- 고목에 돌아온 봄, 득의의 시간

읽고 단상쓰기#20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0일차고목에 돌아온 봄, 득의의 시간461p~484p   단상쓰기비슷하거나 나보다 깊은 해안을 가진 분과 독서토론을 하면 시간이 모자를 때가 많다. 이때의 시간이란 것은 2시간이 20분과 같아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시간이란 것이 정확한 측량의 단위가 맞는가 의심이 들 정도다.추사와 황상의 첫 만남의 시간도 그랬나 보다. 몇 번의 엇갈림 끝에 추사를 드디어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시를 지어내라. 내 아우들 것도 지어내라. 계속 지어내라며 마치 오랫동안 목말랐던 아이가 샘물을 발견한 듯 황상을 보챈다. 이에 황상은 거침없이 그 자리에서 척척 시를 내놓는다. 내게 시를 보는 눈은 없지만 이 광경 자체에서 황상이라는 인물의 실력이 참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9일차- 일지암의 초의 선사, 꿈에 뵌 스승

읽고 단상쓰기#19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9일차일지암의 초의 선사, 꿈에 뵌 스승435p~460p  단상쓰기 늙어 일이 없고 눈도 침침한데 종일 책장을 넘기며 공부에 대해 이런저런 가늠을 하면서도 농사 재미도 견줄 수 없는 것이 노년의 공부라고 황상이 말하고 있다.  어려서 널렸던 공부의 기회는 온갖 핑계로 회피를 일삼다가 중년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황상의 말이 처연하게 와닿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주말마다 휴일마다 나들이며 여행이며 경쟁하듯 다니느라 일년중 휴일에 집에 붙어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집 밖의 어딘가를 열심히 헤집고 다녔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보상을 집 밖 어딘가에서 받아내겠다는 조바심으로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이 없음에도 기어이 가야 할 곳을 골라..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8일차- 정황계, 이 사람을 대적 할 수 없겠다.

읽고 단상쓰기#18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8일차정황계, 이 사람을 대적 할 수 없겠다.410p~434p  단상쓰기 황상이 15세에 스승을 만나 뜻을 세우고 한결같은 맘으로 스승의 뜻을 따라 연마한지 40여 년. 세상이 알아주길 바라는 공부도 아니었고 큰 뜻을 이루고자 한 공부도 아니었는데 당대 제일의 문인이 한눈에 알아볼 만큼 놀라운 솜씨가 되었다.  추사가 이런 황상의 글을 알아보고 오랜 제주 유배에서 풀려나 가장 먼저 향한 곳이 황상의 거처였다니 사람과 실력을 알아보는 추사의 내공의 깊이도 신기하고 훌륭한 실력끼리 만나지는 과정도 신기하다. 진실로 정도를 지키며 노력한 자의 삶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가 보다 황상의 삶이 오랜 시간이 쌓이자 사방으로 영롱히 빛나고 있다...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7일차-내가 많이 아프다. 18년만의 재회와 영결

읽고 단상쓰기#17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7일차내가 많이 아프다. 18년만의 재회와 영결386p~409p   단상쓰기스승과 제자가 드디어 만났다. 다산 해배 후 다산초당의 거의 모든 제자들이 스승의 본가를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는데 황상은 긴 세월 동안 모습은커녕 소식 한자 없었다. 야속함을 넘어 걱정이 될 정도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황상은 왜 그랬을까. 다산초당이 세워지고 새로운 제자들이 형성되면서 신분의 차이와 생계의 압박으로 발길을 끊고 연락조차 못했다고 핑계를 대기엔 너무도 오랜 시간의 공백이라 이유가 충분치 않다.  아마도 황상은 그 즈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나름의 예견과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결심을 동시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끝이 좋아야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6일차-홍임 모녀, 강진 제자들과의 갈등

읽고 단상쓰기#16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16일차홍임 모녀, 강진 제자들과의 갈등 359p~385p  단상쓰기새옹지마가 따로 없다. 다산의 유배가 풀리고 벌어지는 상황들을 읽다 보니 다산에겐 차라리 18년의 유배 기간이 천복이 아니었나 싶다. 소실을 들였다가 아이까지 낳았는데 유배에서 풀리자마자 팽개친 이유를 본처의 속 좁음에서 찾으려는 필자의 시선도 유감이다. 강진의 삶이 척박하다며 소실을 들였다지만 서울의 본처도 어느 날 벼락 맞듯 사라진 가장을 기다리며 어린 자녀들과 어려움 살림 속에 한창때의 긴 세월을 홀로 견디어낸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 시대의 풍습이 어찌하였든 간에  글과 입으로 시종일관 보여준 인물의 뛰어남과 상황의 비장함이 범상하고 애틋해야 할 텐데 벌어..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5일차- 구걸하지 않겠다,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다

읽고 단상쓰기#15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5일차구걸하지 않겠다,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다339p~358p  단상쓰기 임금의 석방 명령에도 8년을 집행하지 않았던 것은 노론이 지배하는 조선이었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고 다산의 신의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내가 노론이었더라도 이런 대단한 고집쟁이 트러블메이커 다산만큼은 쉽게 풀어주기 싫었을 것이다. 한 번만 고개를 숙여 저들과 타협하자는 아들 학연의 부탁을 좀 들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라지만 뭐든 지나치면 양단간의 문제는 존재할 텐데 강산이 한번 바뀌는 것으로 끝났을 유배생활을 대쪽같은 그 고집이 기어이 곱절의 세월로 값을 치르게 한 거 같아 마냥 존경스럽다 할 수 없었다.  그 고난의 시간은..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4일차-리모델링 공사, 꽃에 대한 탐닉

읽고 단상쓰기#14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4일차리모델링 공사, 꽃에 대한 탐닉312p~338p  단상쓰기다산이 초당을 꾸미는 과정을 읽다가 부모님의 십여 년 전 전원생활을 시작하시며 꽃 정원을 만들 꽤 넓은 앞마당과 옆에는 채마밭을 가꾸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채마밭은 두 분의 특기여서 그 풍경이 풍성하고 다채로워 늘 볼만했는데 앞마당의 꽃나무 과실나무 갖가지 화초들은 하나씩 보면 예뻤지만 어쩐지 조화롭지 못하고 꽤나 어지러워서 먼발치서 보면 예쁜 소녀의 헝클어진 머리칼 같았다. 그때 꽃을 가꾸는 것과 정원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공부구나를 느꼈었는데 공부왕 다산은 역시나 다산초당 꾸미기에도 조화로운 결과를 보셨겠구나 싶었다 나도 국화와 치자를 좋아한다. 다산과 황상이..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3일차-봄을 잡아둘 방법, 적막한 숲속 집

읽고 단상쓰기#13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3일차봄을 잡아둘 방법, 적막한 숲속 집288p~311p  단상쓰기정약용이 다산초당에 정착하고 나서야 안정을 찾고 엄청난 학술적 성과를 이뤘다고 하니 사람에겐 터를 잡고 지내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 다산도 머물기에 몹시 흡족하여 그 기쁨을 담아 꽃에 대해 20수나 시를 지으셨구나.꽃에 대해 이렇다 할 지식이 없어 이참에 20수 여러 꽃을 찬찬히 보다 보니 좋아하는 두 꽃에 시선이 멈춘다. 20수 중  두 수나 차지한 꽃은 수구화구나. 해류의 꽃떨기가 술잔만큼 커다랗고 삼월 꽃들 다 진 뒤에 그제야 피는 것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수국화가 맞구나 싶다. 연달아 나온 치자도 백조같은 여섯 꽃잎 뿜어내는 코끝 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2일차-여기까지만 말한다, 유인의 삶이 어떠합니까

읽고 단상쓰기#12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2일차여기까지만 말한다, 유인의 삶이 어떠합니까266p~287p   단상쓰기다산의 [제황상유인첩]을 보니 누구나 소망할 집터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산은 청복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나름 소박한 선비의 집터를 쓴 거 같다. 그러나 산 좋고 물 맑은 확 트인 곳에 순창 설화지로 도배한 벽으로 남향집을 지어 천 삼사 백 권의 책을 두루 갖추고 앞 뜰엔  연꽃 수십 방을 띄울 크기의 연못에 붕어를 키우고 물이 넘칠 때 닿는 땅엔 채마밭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직접 농사짓지 않아도 될 전답까지 확보한 뒤, 뒤 뜰엔 잠실을 갖출 숲까지 두루두루 소유한 그런 집을 갖는다는 건  왠지 열복과 더 유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맘 맞을 시원한 성격..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1일차-네 아들은 내 손자다, 취생몽사

읽고 단상쓰기#11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1일차네 아들은 내 손자다, 취생몽사247p~265p  단상쓰기꿈보다 해몽이라더니 다산의 취몽재의 풀이가 돋보인다. 이름난 술꾼인 황상의 아버지 황인담이 자신의 집을 아예 술 마시다 꿈꾸듯 간다는 [취몽재]라 짓겠다며 글을 청한다. 평소 음주를 멀리하라 가르치던 다산은 이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전시켜 ‘취했으나 취하지 않을’의 뜻풀이로 풀어내었다. 글자도 음도 뜻도 황인담에게 더없는 맞춤이 없을 만큼의 유용함이였다. 문인의 실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러나 끝내 황인담은 술병으로 환갑 전에 생을 마감했다. 훌륭한 가르침에도 받는 자의 의지와 깨달음 없이는 그 완성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공평한 듯 애통하다. 곁눈으로 지켜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