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쓰기 73

보바리 부인#14일차-3부 6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4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4일차3부 6장  단상쓰기정말 우연히도 ‘보바리 부인’의 엠마와 파리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라스티냐크의 ‘고리오 영감’을 동시에 읽고 있다.  두 소설 모두 시대적 배경이 1800년대 초 중반인데 내가 익히 들어왔던 ‘낭만의 도시 파리’라는 별명도 같은 시대를 말하는 게 아니었나? 소설을 보니 낭만은커녕 저런 상태로는 사회가 곧 무너질 거 같다는 생각에  프랑스 혁명의 연대를 뒤져보니 역시나  1789년에 시작해 1870년대까지 크고 작은 혁명이 마무리되고 이후부터 21세기 초반까지를 낭만의 시대로 본다는 걸 알아냈다.그러니까 소설 속 프랑스의 시간대는 왕정시대의 산물인 사교계 화려한 사치와 계급 과시의 찌꺼기가 쌓이다가 극렬로 치달..

보바리 부인#13일차-3부 5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3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3일차3부 5장   단상쓰기엠마가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는지. 거짓과 타락으로 얼룩져 재산과 영혼의 탕진으로 치닫고 있는 엠마의 어리석은 사랑놀이를 보고 있자니 루돌프는 엠마에게 엠마는 레옹에게 마치 먹이 사슬에서의 포식자와 피식자로 연결되는 관계로 보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 샤를은 레옹보다도 한참 낮은 피식자다. 단세포라 할지라도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생존은 본능이다. 위험신호가 충분히 감지되는 순간에도 샤를의 위험 감지 센서는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센서 고장으로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샤를과 마음 놓고 타락하는 엠마.  이 두 사람의 어리석음에 필연으로 이어질 예상되는 파국들. 특히 엠마의 타락은 어리석음이 지나치면 악과..

보바리 부인#12일차-3부 2,3,4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2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2일차3부 2, 3, 4장   단상쓰기인간성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만을 바라봐 준다면 남편의 자격으로 크게 상관없다는 여자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엠마는 본인에게 충실한 사람보다 인간으로서 멋있는 사람을 원했나 보다. 엠마는 본인의 실수로 다리를 잘라내고 힘들게 살아가는 마부의 의족 앞에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남편을 보며 인색하고 궁상스럽고 무능하다며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런 엠마의 감정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만약 샤를이 엠마에게 충실하지 않고 건달에 가까운 난봉꾼이었다면 샤를을 향한 엠마의 감정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도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마부의 의족 앞에서도 아내의 정부가 준 꽃다발의 냄새..

보바리 부인#11일차-3부 1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1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1일차3부 1장  단상쓰기이전 안짱다리 수술 때도 그랬고 약사가  보바리 부부에게 무언가 권할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 이번 보바리 부부의 오페라 관람도 약사가 권한 것이다. 거기서 보바리 부인과 레옹이 재회하고 만다. 약사 같은  인 간유형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크고 작은 파멸로 안내당하고 마는 것 같다. 루돌프의 사랑의 만행에서 이제 겨우 회복된 엠마는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엠마가 사랑에 빠지고 상처 입는  방어력은 제로에 가깝다. 죽음을 직면하는 아픔을 겪고도 속절없이 또 사랑에 빠지다니…  이제부터는 샤를 탓도 아니다. 그녀도 갈 길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거절의 편지를 썼을 텐데 내밀던 편지를 스스로 거두며 “아..

보바리 부인#10일차-2부 13, 14, 15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0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0일차2부 13, 14, 15장  단상쓰기오페라를 보면서 나누는 샤를과 엠마의 대화를 읽고 있자니 참담함을 느꼈다. 평소 잘 켜지 않는 TV 앞에 어쩌다 나란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될 때마다 나누는 나와 남편의 대화와 패턴이 놀랍도록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당신도 잘 알다시피 나는 그 까닭을 완전히 알아야 직성이 풀린단 말이오”와 같은 머저리 같은 대꾸는 하지 않는다. 다행이  “아 그래? 몰랐네! 그러고 보니 그렇네!”쯤으로 마무리되곤 한달까. 그러나 샤를은  자신의 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마저 완벽히 반대로 판단하는 치명적 무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것을 자부심으로 내보이려 하다니... 만약 ..

보바리 부인#9일차-2부 11, 12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9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9일차2부 11, 12장  단상쓰기샤를의 수술 대실패로  ‘최고 실력을 가진 의사 부인’이라는 욕망과 함께 억지로라도 긁어모아보려 했던 남편에 대한 보바리 부인의 애정은 밑동부터 완전히 뿌리 뽑혀버렸다. 이제 그녀가 향할 곳은 루돌프뿐인가. 보바리 부인은 한순간도 사랑과 열정 없이는 살 수 없는가. 그것이 모두 거짓일지라도? 루돌프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순수하고 영원하여 유일한 사랑이라 외치는 엠마. 루돌프의 사랑도 자신과 같다며 함부로 확신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루돌프에게 그런 건 없었다. 사랑이라니, 사랑은커녕 진실과 믿음 같은 허무한 감정만큼 사람을 공허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그런 언어는 적당히 잘 피해 다녀야 이득이라는 생각을..

보바리 부인#7일차-2부 8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7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7일차2부 8장  단상쓰기공진회에서 엠마를 향한 협잡꾼의 현란한 속삭임이 시작됐다.아무리 나약한 엠마지만 너무 뻔한 속삭임에 한 번에 넘어갈 엠마는 아닐 텐데 참사관의 격양된 연설과 함께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로돌프의 정교한 수작을 번갈아 듣고 있자니 참과 거짓 혹은 옳고 나쁨이라든가 약속과 무도 같은 당연한 절대적 이분법의 경계마저 흐물흐물해졌다. 급기야 세상을 지탱하던 모든 것의 원래의 의미마저 공허해지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을 성공시킨 후  바로 그 정확한 타이밍에  후각과 시각 촉각을 총동원하여 쐐기를 박는 실력에 어쩔 수 없이 박수라도 쳐야 할 판이다. 분명한 건 이 협잡꾼이 거짓말을 하거나 딱히 틀린 말을 한 적은 없다는 것..

보바리 부인#8일차-2부 9, 10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8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8일차2부 9,10장  단상쓰기루돌프의 사랑의 언어는 ‘아름답다’는 말과 ‘소유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 함께 쓰이고 있다. 사랑한다면 상대를 존중하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자 태도가 달라져갔다고 한다. 루돌프가 과거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거짓 없는 순진한 사랑임에도 그는 ‘경멸’과 ‘기쁨’을 동시에 교차시킨다. 루돌프의 사랑은 꽤나 난잡하다.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니다. 노련하지 못한 엠마가 위험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순수함 때문일까. 지독한 열정 때문일까. 순수와 열정은 긍정의 단어가 아니었던가. 대책 없이 진행되는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자니 이제는 그녀의 미모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바리 부인#6일차-2부 6, 7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6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6일차2부 6, 7장  단상쓰기레옹을 인식하기 시작한 엠마. 시작과 동시에 정반대로 표현하는 엠마의 행동. 그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백 한번 못하고 그대로 실망하고 체념하는 레옹. 이런 엠마와 레옹 사이의 미련한 감정과 정 반대의 행동을 지켜보면서도 그래도 이쯤이면 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겠다고 확신하는 순간 갑자기 레옹이 용빌에서 떠나버렸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바람둥이가 나타나 엠마를 노리고 있다. 서툴고 바보 같은 레옹과 영리하지 못한 샤를과는 다르게 한눈에 엠마의 결핍을 정확히 간파해 내고 그 사이를 파고들 계획까지 단숨에 세우는 실력을 갖췄다. 엠마를 꼬신 후엔 떼어낼 방법까지 궁리하는 불순한 바람둥이의 계..

보바리 부인#5일차-2부 3, 4, 5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5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5일차2부 3, 4, 5장  단상쓰기이사 후에도 깊어져 만 가는 엠마의 권태와는 대조적으로 샤를은 새로 문을 연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아 돈 문제로 초조해진다. 게다가 아내 배속에 소중한 아이가 생겨 즐거운 걱정을 하느라 일상은 더욱 분주해졌다. 만약 엠마에게도 생계에 대한 걱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병으로 발전할 만큼의 지루함이 일상 속 곳곳에서 싹을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싶다. 자신의 배속에 아이를 품고도 모든 게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는 감정이라니, 태어날 아이의 물건을 준비하는 과정마저 귀찮아하는 엠마의 행동을 보면서 샤를이 안돼 보이기 시작했다. 엠마처럼 샤를도 먹고사는 문제 같은 건 걱정 없는 환경이나 성격이었다면 그도 권태를..